같은 생각을 강요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요즘 눈치 없이 살기 힘들다. 산불이 나니 연예인이 기부했는지 안 했는지부터 따진다. 누군가가 산불기부를 했는지 안 했는지 감시하는 눈초리가 사방에 가득하다. 기부 여부를 말하지 않은 사람은 곧바로 의심받는다. “너는 왜 조용해?” “돈 그렇게 잘 벌면서 기부 안 했어?” 어느 순간부터는 선행도 일종의 증명서가 되어버렸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그걸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나? 누군가는 조용히 기부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애초에 남들에게 알릴 의무도 없는데 말이다.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된다. 김수현이 사고를 치면 그의 동료 연예인이 팔로우를 끊었는지 안 끊었는지 감시하고, 계엄령이 내려지면 누구는 왜 침묵하느냐고 다그친다. 계엄령과는 무관한 일상을 올린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모두가 같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너는 왜 목소리를 내지 않느냐"는 압박이 숨통을 조여 온다.
중국에서는 연예인들이 ‘하나의 중국’이라는 문구를 소셜미디어 에 올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올리지 않은 사람은 배신자로 몰렸고, 다들 너도나도 비슷한 문장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조직적으로 몰려와 “너는 왜 올리지 않았느냐”며 공격을 퍼부었다. 누군가는 겁에 질려 서둘러 글을 올렸고, 누군가는 끝내 버티다가 매장당했다.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던 사람들이, "너는 왜 기부하지 않느냐"며 같은 돌을 던지고 있다. 마치 자신이 세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저울을 들고 있다고 믿는 것처럼.
생각이 다르면 존중해야 한다는 말은 이 사회에서 공허한 외침일 뿐인가. 나는 때때로 이곳이 마녀사냥의 광장처럼 느껴진다. 다수가 손가락질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면 안심할 수 있는 곳. 하지만 그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언제든 내가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는 곳. 그런 세상에서 나는, 사는 것이 무섭다.
여성과 재테크
얼마 전부터 의도적으로 돈을 다루는 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예전에도 펀드를 들어본 적은 있고, 주식을 사보기도 했지만, 그때의 나는 그저 용돈을 조금씩 불려보겠다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내 돈이 곧 우리의 돈이 되었고, 우리의 돈이 곧 우리의 미래가 되었다. 돈을 어떻게 불릴 것인가,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 고민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아마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어도 다르진 않았을 것이다. 혼자 살아도 미래는 오고, 살아갈 날들은 길었을 테니까.
흔히들 말한다. 여성은 남성보다 재테크에 관심이 덜하다고. 실제로 그런 사례가 없는 건 아니다. ‘결혼지옥’이나 ‘이혼 뭐시기’ 같은 프로그램에서 경제 감각 없이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며,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결혼을 계기로 돈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여성들도 많다.
얼마 전, 그 이유를 설명하는 글을 읽었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 전까지의 시간을 ‘임시적인 삶’으로 여긴다는 것이었다.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면서도, 이것이 곧 완전한 자립이 아니라는 전제를 두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 뒤에는 저임금 구조와 가부장제의 영향이 깊이 깔려 있다고 했다. 나는 그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나 역시도, 결혼 전에는 막연하게 지금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재테크는 중요하다. 돈이 여성들에게 삶의 목표가 될 필요는 없지만, 돈이 주는 안정감이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결혼을 했든, 할 예정이든, 전혀 생각이 없든 상관없이, 재테크에 관심을 두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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